“풍속·전력수요·공급망 여건 좋아…해상풍력 수출강국 도약 가능”
[부산=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해상풍력사업자들에게 한국은 '약속의 땅'으로, 한국 정부는 해상풍력을 새로운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지난 4~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년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서 외국계 해상풍력사업자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알더블유이(RWE) 리뉴어블즈의 옌스 오르펠트 해상풍력 아태지역 대표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 해상풍력 사업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옌스 오르펠트 대표는 유럽 최대 에너지기업인 RWE 리뉴어블즈에서 아태지역 해상풍력을 담당하고 있다. 2014~2016년 덴마크 해상풍력발전회사 오스테드에서 변호사로 근무하고 2018년부터 3년 간 그린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커머셜 디렉터로 일했다. 사업 기회 발굴부터 운영, 최종 투자결정까지 사업개발 전반에 잔뼈가 굵다.
오르펠트 대표는 “해상풍력 개발사 입장에서 한국은 정말 사업여건이 좋다”며 “풍속이 잘 나오고 에너지수요도 높고 공급망도 잘 갖춰져 어떻게 보면 '약속의 땅'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칭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RWE 리뉴어블즈가 한국을 중요한 핵심시장 가운데 하나로 꼽는 이유는 전기나 에너지 수요가 많고 특정 지역에 인구 밀도가 아주 높으며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라고 첨언했다.
그의 이같은 해석은 한국에서 해상풍력사업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과 달라 더욱 주목받았다.
오르펠트 대표는 한국 정부가 해상풍력을 새로운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할 것을 권유했다.
그는 “자동차, 조선산업에서 세계 1위 수출국가인 한국이 해상풍력 관련 제조업을 새로운 수출전략산업으로 삼아 수출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해상풍력은 원전과 비견되는 대형발전원이면서 안전해 주민수용성 측면에서 유리한 만큼 해상풍력을 통해 한국의 전력수요를 충당하는 동시에 전세계 시장을 한국의 제조업과 공급망에 의존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르펠트 대표는 한국 정부가 확충하겠다는 풍력 발전 설비용량이 육상과 해상풍력을 포함해 17GW에 머문 점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는 “인구가 1700만 명이고 해안선의 길이가 450 km 밖에 되지 않는 네덜란드도 2030년까지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풍력 발전량을 21GW로 증대시킬 예정이며, 더 나아가 2040년 40GW, 2050년 75GW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비교했다. 이어 “한국이 해상풍력목표를 높이고 전력계통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며 항구와 같은 기반시설을 지속적으로 구축해서 기업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 각국들이 조선산업에서 한국, 일본, 중국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자 선택한 수출전략산업이 해상풍력이다. 한국은 2000년대 초만 해도 해상풍력 터빈제조 선도국이었으나, 현재 베스타스, 지멘스는 물론 중국의 골드윈드에 밀리고 있다.
오르펠트 대표는 “해상풍력에서 한국이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좋은 기회와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입찰제도를 객관적이고 단순하게 구성해서 많은 사업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고 연도별로 세부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2030년까지 해상풍력을 10GW 설치하고 2040년까지 45GW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지금 한국은 중장기 해상풍력 목표가 불확실하고, 단기 목표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에너지믹스를 존중하는 점을 강조했다. 해상풍력 지상주의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원전은 기저전원으로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한 게 장점이지만 건설이 어려운 단점을 고려해 원전사업을 수행하되 동시에 풍력, 태양광, 배터리 스토리지, 탄소포집저장(CCS), 수소 등 가용한 에너지사업을 모두 다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은 어떤 에너지원이 유력하다고 따질 때가 아니며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늘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르펠트 대표는 해상풍력 분야에서 RWE 리뉴어블즈의 강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RWE는 125년 전통의 엔지니어링 DNA를 갖춘 회사”라며 “지난 20년간 풍력터빈, 하부 기초구조물, 단지 배치설계 등 해상풍력사업 전반에 패키지 구성 노하우와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대건설이나 SK에코플랜트 등 설계·조달·건설(EPC) 사업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 기업과 교류하며 한국의 해상풍력 사업을 꽃피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