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소비층 모시기 위한 다양한 방안 선택
캐릭터·혜택 통해 카드 선택하는 2030 증가
휴면카드 증가 등 부작용 막는 관리 필요

'신한카드 쏠(SOL)트래블 체크카드'. 사진=신한카드.
'신한카드 쏠(SOL)트래블 체크카드'. 사진=신한카드.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국내 카드사가 2030세대 공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페이'와 같은 간편결제가 국내 지급결제 시장을 장악하자 경쟁업체인 카드사들은 주 이용객인 2030세대를 다시 끌어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특히 인기 캐릭터 컬래버 카드, 소비 패턴을 공략한 상품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향후 주 소비층으로 부상할 세대 공략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다만 일각에선 캐릭터 컬래버 등 디자인 마케팅에만 치중하다 보면 과거 PLCC(상업자표시전용카드)로 인한 휴면카드 증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향후 혜택 추가 등을 통해 해당 카드를 꾸준히 사용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휴면카드 증가 등의 역효과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카드는 인기 캐릭터인 미니언즈를 삽입한 '신한카드 쏠(SOL)트래블 체크카드'를 선보였다. 올해 일본 캐릭터 '산리오' '짱구' '도라에몽' 등과 컬래버를 진행했던 신한카드는 글로벌 캐릭터 라인업을 구축하고 해외 특화 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KB국민카드도 전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 스누피가 등장하는 만화 '피너츠(Peanuts)'와 협업한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 스누피 에디션'을 선보였다. KB국민카드 스누피 에디션은 스누피, 카툰 , 동산, 나무 4종이며 원하는 디자인으로 선택해 발급받을 수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남녀노소 불문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세계적인 캐릭터 스누피의 귀여운 모습을 KB국민 대표 여행 특화상품인 트래블러스 카드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BC카드도 iM뱅크와 협업한 'iM A 체크카드'를 출시했는데 외형에는 문랩스튜디오의 몰티즈 앤 리트리버 캐릭터가 삽입돼 있다.

2030 세대를 위한 맞춤 혜택을 강화한 카드들 역시 연이어 출시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기성세대보다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 젊은 직장인들을 위해 전월 실적과 상관없이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들 역시 늘어나면서 해당 카드를 발급받는 고객도 급격히 늘었다.

NH농협카드가 내놓은 '지금 더 페이(zgm.the pay)' 카드는 국내외 전 가맹점에서 1% 청구할인 혜택을 준다. 전월 실적 기준 및 월 할인 한도가 없는 것이 특징으로 전월 실적을 채우는데 부담스러울 수 있는 20대 및 사회 초년생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BC카드의 '고트'(GOAT) 카드 역시 전월 실적 관계없이 혜택을 제공한다. 이 카드는 국내 가맹점에선 100만원 이하 사용 금액의 1.5%, 100만원 초과엔 1%를 각각 BC카드의 간편결제 앱인 페이북에서 사용할 수 있는 '페이북머니'로 적립해 준다.

롯데카드의 '로카 라이킷(LOCA LIKIT) 1.2'도 지난달 실적과 관계없이 국내외 모든 가맹점에서 1.2%의 할인을 제공한다. 온라인 결제 시에는 1.5%로 할인 혜택이 커진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무조건 할인' 카드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할인율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배달 음식이나 OTT 서비스 등 젊은 층의 소비 패턴을 적극 공략한 상품도 있다. KB국민카드의 '마이(My) 위시' 카드는 전월 실적이 40만원 이상이면 △KB페이 국내 가맹점 이용금액의 10% △음식점·편의점 업종 이용액의 10% △이동통신요금 자동 납부 금액의 10%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정기 결제 시 30% 할인이 혜택별 월 최대 5000원 한도로 제공된다.

현대카드도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함께 '배민현대카드Ⅱ'를 내놓았다. 이 카드는 '배민포인트' 적립 혜택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배민 앱 결제 시 매월 최대 10% 적립 혜택이 제공된다. 특히 '배민 곱빼기카드'는 결제금액의 10%(기본 5%+추가 프로모션 5%)를, '배민 한그릇카드'는 5%(기본 3%+추가 프로모션 2%)를 각각 쌓을 수 있다. 전월 실적에 따라 월 최대 5만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소비 주력층으로 자리 잡은 시니어 외 청년층 공략을 위한 방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며 "어려워진 업황을 극복하기 위해 미래 고객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가 내놓은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 스누피 에디션'. 사진=KB국민카드.
KB국민카드가 내놓은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 스누피 에디션'. 사진=KB국민카드.

◇ 미래 고객 확보 위한 경영 전략 실행

국내 카드사들이 2030 세대와 관련된 마케팅을 연이어 내놓는 데는 '미래 고객 확보'가 회사의 주요 경영 전략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4050 기성세대의 카드 이용액은 현재도 2030 세대를 앞서고 있지만 향후 주 소비층으로 부상할 세대의 취향을 저격해 '미래 고객'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KB금융연구소는 지난 6월 '글로벌 금융사의 핵심 고객으로 부상하는 Z세대' 보고서를 통해 Z세대(12~27살)를 '역사상 가장 부유한 세대'로 정의하기도 했다. KB금융연구소는 "가계소득은 같은 연령의 이전 세대보다 더 많고 임금상승률도 높다"며 "소득활동에 대한 참여를 점차 확대하고 있는 Z세대가 향후 강력한 소비 주체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글로벌 금융사들은 이들을 핵심 고객으로 타깃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젊은 층의 간편결제 이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위기에 봉착한 카드사들이 고객 끌어오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2030 마케팅으로 이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카드 지급결제 가운데 모바일 기기 등을 이용한 비중은 50.5%로 실물 카드(49.5%)를 넘었다. 또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금액은 일평균 87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5%나 증가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20∼30대의 카드 사용률 하락이 주력 소비층이 되는 40∼50대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카드사들의 매출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각 카드사가 젊은 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배경이다"라고 설명했다.

각종 캐릭터와의 컬래버 등 2030 관련 마케팅이 늘고 있지만 일각에선 해당 마케팅이 일회성으로 끝나면 과거 PLCC 과잉 발급으로 인한 휴면카드 증가와 같은 부작용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정 브랜드에 혜택이 집중된 PLCC가 인기를 끌면서 필요한 혜택만 잠깐 쓰고 마는 일명 '체리피커(실속만 챙기는 소비자)'가 꾸준히 양산됐고 휴면카드도 급증한 바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를 잡기 위한 마케팅은 향후 카드사 미래를 위해 필요하지만 휴면카드 증가가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꾸준한 관리는 필요하다"며 "향후 혜택 변경 등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카드사가 꾸준히 모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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